'에메랄드로, 사파이어로, 크리스탈로…. 보석 이름이 우리집
주소?'
지난 5일 새주소 도입을 앞두고
인천시가
배포한 '도로명주소 안내도'에 따라 찾은 인천
서구 청라
국제도시의 '에메랄드로'. 이 지역의 공사를 맡고 있는 LH의 개발 프로젝트 이름이 그대로 길 이름으로 채택된 것이다. '크리스탈로', '사파이어로', '루비로' 등 주변지역 길 이름 역시 같은 이유로 명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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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
도로명주소 위원회를 통해 결정된 명칭이지만, 주민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이 일대에서 만난 김모(51)씨는 "새로 지은 도시니, 딱히 (길)이름도 없지 않나"라며 무심한 듯 말했다. 반면 이틀 전 이 곳으로 이사를 왔다는 또 다른 김모(33)씨는 "조금 유치하다는 생각이 들고 웃음도 나온다"며 "택배를 부르게 되면 택배기사가 '정말 이 주소가 맞나'라며 확인요구를 받을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새주소'라고 불리는 도로명 주소가 최근
법정주소로 고시됐다. 도로에는 이름을 붙이고,
건물에는 번호를
지정해 도로명과
건물번호로 표기해 주소로 사용하는 '선진국형
주소체계'가 첫 걸음을 뗀 셈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우려의 시각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우선 기존 지명이 사라짐으로써 지역의
역사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인천 중구 송학동의 인천시역사자료관 앞을 지나는 길 이름은 '
신포로'다. 인근
신포동을 지나는 길 이름이 신포로로 결정되면서 이 이름이 그대로 송학동을 지나게 된 것이다.
중구 내동과 경동, 용동, 인현동 등 중구지역의
법정동 이름은 이번 도로
명주소에 포함되지 않았다. 강옥엽 인천시
역사자료관 전문위원은 "지명이 갖는 고유의 역사성이
도로명주소로 인해 묻혀버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송도국제도시의 경우는 외래어로 지어진 이름이 많은 상태다. '
센트럴로', '하모니로', '벤처로' 등 송도를 지나는 13개 도로 가운데 절반이 넘는 7개 도로가 외래어 이름의 도로다.
종교적 이유로 문제가 된 길도 있다. 강화 초지대교를 지나 길상
면사무소로 향하는 길은 당초 '초지로'로 결정됐지만, 전등사 인근 주민 등의 이의제기로
일부구간의 이름이 '전등사로'로 고쳐졌다.
한편 정부는 도로명주소
변경신청 기한을 연말까지 연장해 운영할 방침이다.
/이현준·김명호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