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확의 계절 가을에 접어들었지만 얼어붙었던 국내 부동산시장에는 봄조차 찾아오지 않고 있다. 전국적으로 미분양·미입주 아파트는 해소기미가 안보이고 주택사업을 진행하던 중견건설사들은 줄이어 부도위기를 맞고 있다. 여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부실 건설사를 대상으로 하는 구조조정 한파까지 불었었다. 정부는 이 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 8.29대책을 발표하는 등 분주한 모습이지만 그 효과에 아직 미미한 상황이다. 이에 본지는 신도시나 택지개발지구, 뉴타운 등 각 지역을 차례대로 심층 취재해 국내 부동산시장의 현황을 짚어보고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고자 한다. 이번 시리즈에서는 송도와 함께 인천 지역 청약시장을 주도했지만 경기침체 여파로 입주대란의 위기를 맞고 있는 청라지구를 취재했다.
|
 |
|
▲ 부동산경기 침체여파가 잘나가던 청라지구에도 닥쳤다. 청약 때 인기를 끌었던 청라는 현재 입주율이 저조해 내년부터 입주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입주대란이 빚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청라 1단계 구역에 위치한 아파트 공사 현장. |
지난달 1일 인천 청라지구에서는 청라지구 최초의 학교인 청라초등학교가 개교했다. 이 학교는 당초 청라지구의 입주가 끝나는 2013년까지 42개 학급에 총 1200여명을 수용한다는 목표로 세워졌다. 그러나 학교 측에 따르면 개교일 모인 학생 수는 유치원 1학급 포함 총 7개 학급 144명에 불과했다.
현재 청라지구에서 입주를 실시한 아파트는 1단계 구역의 3개 단지로 총 가구수는 1750여가구에 이른다. 현지에 따르면 현재 이곳에 입주한 가구는 30% 남짓한 500여가구가 조금 넘을 뿐이다. 입주율이 계획에 크게 미치지 않으니 학생 수도 자연히 적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청라지구는 송도, 영종지구와 함께 인천경제자유구역에 위치한 택지지구로서 국제업무, 관광, 레저 기능을 갖춘 복합도시로 개발될 계획이다. 서울과의 접근성도 좋은 편이어서 실수요자들이나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며 지난 분양 당시 큰 인기를 끈 바 있다.
하지만 지난 2008년 불어닥친 글로벌 금융위기로 이어진 장기 건설·부동산 침체로 청라를 비롯한 인천 경제자유구역은 사업 추진에 차질을 빚고 있다. 영종은 저조한 미분양과 곧 들이닥칠 입주예정 단지에 노심초사 중이고 경제자유구역 선두주자 역할을 했던 송도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비교적 선전하고 있던 청라도 그 여파를 벗어나기는 힘들 전망이다. 청라에는 올해를 시작으로 내년부터 본격적인 입주가 시작된다. 그러나 사업의 추진이 조금씩 늦어지고 있어 인프라 구축이 미비돼 이미 입주했거나 곧 입주할 예정인 사람들이 불편을 겪을 수 있다. 한편으로는 기존에 가지고 있던 장점을 발판으로 다시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희망 섞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큰 장점인 서울 접근성과 특화 시설을 적극 활용하면 수요층의 유입을 이끌 수 있기 때문이다.
9만여명 살게 될 ‘복합도시’
청라지구는 인천 서구 경서동, 원창동, 연희동 일대 1777만1900㎡에 4조9000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세워진다. 사업기간은 2012년 12월까지이며 단독주택 1660가구를 포함해 총 3만1035가구의 주택이 들어서 9만여명이 입주하게 된다. 입주는 올 상반기 1단계 구역부터 시작됐으며 사업완료 기간까지 순차적으로 진행된다.
청라의 입지는 뛰어난 편으로 김포공항과 인천국제공항을 통한 항로 및 인천항을 거점으로 하는 해상로와 연계될 수 있고 지구를 지나는 경인고속도로 직선화사업(2013년 준공예정)으로 수도권 접근성도 좋은 수도권 서부지역의 요충지다.
주거지 중 공동주택용지 175만2066㎡는 학교나 공원 등 생활편의시설과의 조화를 고려해 적정평형 규모로 배분하고 바람통로, 도시스카이라인, 조망 등을 고려한 적정 층고배분으로 친환경적이고 쾌적한 단지로 조성될 예정이다. 66만1157㎡ 규모의 단독주택용지는 일반형 주택지와 블록형 주택지, 전용주택지로 구분되며 각 주택지는 주변 녹지축과 연계돼 편리하고, 쾌적한 거주환경을 창출하게 된다.
토지·주택 미분양… 위기 ‘조짐’
지난해 2차 동시분양을 진행했던 청라지구는 2.89대 1의 평균경쟁률을 보인바 있다. 그보다 앞선 1차 동시분양에서는 특별공급물량을 제외한 2382가구 공급에 총 2만8198명이 몰리며 최고경쟁률 297대 1, 평균경쟁률 11.83대 1을 기록했다. 특히 비슷한 시기 분양에서 대량 미분양을 맞았던 영종지구에 비해 높은 성공률을 보인 청라는 송도와 더불어 인천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지역 중 하나였다.
그러나 청라도 부동산시장 장기 침체의 예외가 될 순 없었다. 이 지역 일대 분양 시장에서도 미분양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현재 청라 미분양 아파트는 총 350여가구로 적체 현상이 심화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높은 관심을 받았던 유망 지역이었던 만큼 미분양 소식에 투자자들이나 실수요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청라내 C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아직까지 청라에서 부동산 침체에 대한 큰 우려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중소형 아파트 같은 경우는 분양 성적도 괜찮고 몇천만원의 프리미엄이 생기기도 하지만 문제는 미분양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대형”이라고 지적했다.
토지시장도 냉랭해졌다. 지난해에는 공급된 314개 필지의 대부분이 계약됐으며, 최고 경쟁률이 400대 1이 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LH가 청라서 공급한 단독주택용지는 88개 필지 중 11개만이 계약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LH는 지난달 27일부터 남은 필지를 선착순 수의계약 방식으로 할인해 재공급 중이다. LH관계자는 이같은 저조한 토지분양에 대해 “아무래도 착공이 조금씩 늦어지는 것에 대해 건설사들이 어려움을 느끼는 면이 있다”고 전했다.
|
 |
|
▲ 청라지구 2단계 구역 전경. |
입주폭탄… 아파트값 ‘덜덜’
그러나 중요한 것은 미분양이 아니라 곧 다가올 입주단지들이라고 전문가들은 전한다. 최근 거래시장 침체 등으로 인해 입주 예정자들이 입주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현재 첫 입주를 시작한 1단계 구역의 저조한 입주율을 보더라도 알 수 있다.
최근 찾은 청라지구는 여전히 공사가 진행중 이었다. 비교적 공사가 진척된 1단계 구역은 주거단지의 모습을 갖춘 편이었지만 3단계 구역 같은 경우는 지반·골조 공사가 한창이었다. 지구 내를 왕래하는 주민들은 찾아보기 힘들었고 도로에는 공사를 위한 트럭들만 지나다니고 있었다. 1단계 구역을 지나는 버스는 3개 노선 정도로 이 버스를 이용하면 부평역까지 빠른 시간에 도착할 수 있다. 그러나 지구 내에서 버스를 이용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하교시간에 귀가하는 학생이 몇몇 눈에 띄었다.
상가건물마다 들어서있는 수많은 공인중개업소를 찾는 사람은 없었고 다수의 업소들은 문을 굳게 닫고 있었다. 청라에서 상가분양 상담을 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1단계는 그래도 분양이 마무리돼 상황이 나은 편”이라며 “부동산 침체로 인해 지금 한창 공사 중인 2,3단계가 걱정”이라고 한숨 쉬었다.
부동산114 이호연 과장은 “청라의 현재 매매는 입지가 떨어지는 단지 위주로 가격이 하락조정되는 양상을 보이고 간헐적으로 싼 매물 위주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며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입주가 늘면서 매매와 전세가격이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교통·특화시설로 ‘중무장’
전문가들은 청라의 미래가치는 충분하다고 입을 모은다. 인기 요인인 서울 접근성을 높이고 다양한 특화시설이 완료된다면 미래가치가 높아진다는 것이다. 현재 인천으로 가는 버스 외에 별다른 교통편이 없는 청라는 향후 간선버스급행체계(BRT) 등이 들어서면 서울 접근성이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캐널웨이 같은 특화시설도 수요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LH청라영종직할사업단 이상노 차장은 “부동산 대책으로 당장은 효과를 나타내기 힘들겠지만 청라 금융 등의 특화시설들도 있고 교통 면에서도 나아질 전망이어서 향후 2~3년이 지나면 인기를 다시 끌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업계에 따르면 하반기 청라에서 실시되는 분양은 우미건설의 ‘청라 린스트라우스’ 오피스텔이다. 총 450실로 구성됐으며 주변 오피스텔 분양가보다 저렴하게 공급된다. LH는 국제금융단지 건설 및 외국인 임차인 유치를 담당할 사업자 후보자 공모를 실시, 연내 선정할 방침이다. 대상은 외국인 투자기업, 외국법인 또는 외국법인이 하나 이상 포함된 연합체 등이다.
|
 |
|
▲ BRT 정류소 조감도. | 신교통수단 등장, 청라 ‘달군다’
기존 교통망에 BRT, 바이모달트램 등 ‘가세’
현재 청라의 교통편은 그리 썩 좋은 편은 아니다. 현지에 따르면 청라를 지나는 버스 노선은 총 3개. 주민들이 많지 않은 지금은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입주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내년 이전에는 교통시설을 확충해야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아직까지 기반시설이 다 갖춰지지 않아 서울과 가깝다는 이점을 활용할만한 교통망이 부족한 편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이에 청라에서는 기존 교통편 외에도 서울 접근성을 높여주는 신교통수단의 개발이 한창이다. 지하철, 버스 등 기존의 교통편과 신교통수단 사업이 모두 완료되면 청라의 가치는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업계는 예측했다.
국토부는 지난달 청라와 서울 강서지역을 잇는 간선급행버스체계(Bus Rapid Transit)의 기공식을 개최하고 본격적인 사업에 들어갔다. BRT는 버스와 지하철의 장점을 합쳐 대량 수송과 정시 운행이 가능하며 건설비는 지하철의 10분의 1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교통수단을 이용하게 되면 청라에서 강서지역 지하철역까지 40여분이면 도착하게 된다.
이번 착공 사업은 청라업무지구~서울 화곡역을 잇는 총연장 19.8㎞의 1단계 구간으로서 청라지구 입주계획에 맞춰 2012년 6월 조기 개통된다. 2단계 구간(3.3㎞)은 서울~광명 민자고속도로 사업과 연계해 추진할 계획이고 2015년 12월 개통 예정이다.
바이모달트램에 대한 관심도 높다. 버스와 경전철의 장점을 합친 신교통시스템 바이모달트램은 버스 형태의 차량이 전용차로에 설치된 전자기 또는 광학센서를 따라 시속 60~70㎞로 운행하며 자동운전도 가능하다. 최고시속은 80㎞. LH에 따르면 국내에서 처음으로 청라에 1600억원을 투입해 2012년 12월까지 바이모달트램 차량 도입과 운행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운행 노선은 청라역~인천지하철 2호선 가정오거리를 잇는 13.3㎞ 구간으로 청라를 동서로 횡단하게 된다.
인천공항철도인 청라역이 오는 2012년 개통될 예정이다. 인천공항철도는 올 12월 2단계 구간이 개통돼 인천공항에서 서울역까지 불과 50분이면 도착해 큰 관심을 모으고 있는 노선이다. 청라역은 청라지구에서 도보로 10~15분이면 도착가능하다.
영종과 청라를 이어줄 제3연륙교도 추진이 가시화되고 있다. 인천시와 LH는 인천아시안게임이 열리는 2014년 전에 임시 개통을 목표로 길이 4.8㎞, 왕복 6차선의 다리를 건설할 계획이다.
이들은 현재 입찰 방법 및 인허가 절차를 추진 중이며 약 5000억원의 예산을 확보해 놓은 상태다. 그러나 인허가권을 가지고 있는 국토해양부가 인천대교와 인천공항고속도로의 적자를 이유로 제3연륙교 사업에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어 본격적인 사업 추진은 시작하지 않았다.
LH측은 제3연륙교가 건설되면 영종과 청라의 접근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또 영종은 서울까지 차로 40여분이면 도착하게 되며 청라의 경우 국제금융업무단지 조성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
 |
|
▲ 경인아라뱃길 주운수로 조감도. | 수두룩한 대형사업 후광 ‘톡톡’
경인아라뱃길, 아시안게임 주경기장 등 진행 ‘순조’
인천경제유구역 중 하나인 청라의 여러 가지 대형 개발사업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국제업무·관광·레저 중심의 복합도시로 건설될 청라는 초고층 국제센터와 외국인 주거단지, 친환경 화훼단지, 테마골프장, 공원, 호수 등 각종 레저시설이 조성된다.
청라와 연계된 대규모 사업으로는 우선 경인아라뱃길로, 청라는 경인아라뱃길과 인접해 최대 수혜지가 될 전망이다. 경인 아라뱃길은 한강과 서해를 잇는 대형 수로로, 내년 준공을 목표로 공사가 진행 중이다.
최근 수자원공사에 따르면 내년 10월 경인아라뱃길이 개항해 유람선 등을 운항할 계획이다. 2014인천아시안게임도 화두다. 당초 청라지구 인근에 지어질 예정이었던 인천아시안게임 주경기장은 그동안 건립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어 추진이 불투명했었다.
그러나 인천시는 지난달 건립 여부를 재검토하던 주경기장을 계획보다 규모를 줄여 직접 짓기로 최종 결정했다. 주경기장 주변에는 명품거리를 조성해 민간투자를 유치하고, 인라인·족구·배구장 등 생활체육시설을 조성할 계획이다. 이번 주경기장 건립확정으로 인천아시안게임 수혜를 기대했던 청라 계약자들은 한숨을 돌리게 됐다.
청라 내에는 청라를 수상도시로 개발하는 ‘캐널웨이’가 인기다. 지구를 관통하는 12㎞의 공촌천과 심곡천을 중앙호수공원과 연계한 캐널웨이는 유람선 선착장이 건설되고 입주자들을 위한 편의시설도 설치될 예정이다.
로봇을 주제로 한 테마파크인 인천 로봇랜드는 청라 서쪽에 위치했다.인천시는 지난달 16일 인천로봇랜드에 주상복합을 분양해 자체적으로 약 900억원의 재원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에 최근 경기침체로 자금줄이 막혔던 인천로봇랜드 사업 추진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인천로봇랜드는 오는 2013년 12월까지 주요 시설 공사를 끝낸 후 2∼3개월 테스트 기간을 거쳐 2014년 4월에 개장할 예정이다.
이밖에도 청라는 서울대와 카이스트가 공동으로 들어서는 바이오·아이티 분야 연구단지 BIT-PORT, GM대우의 R&D센터가 들어서는 하이테크파크 등도 조성된다. 청라에서 분양 중인 W건설사 관계자는 “서울 접근성이 좋은 청라에서 계획 중인 여러 가지 개발사업이 정상적으로 추진되면 앞으로 높은 관심을 끌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국주택신문 이명철 기자 lmc@housingnews.co.kr |